2000년도 캐나다 온타리오주 스트라트포드 셰익스피어 페스티발 공연평입니다.
김 동 욱
(성균관대)
북미 지역에서의 셰익스피어 공연과 연구는 그 양에 있어서는 타 지역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방대
하고 총체적이며, 그 질에 있어서도, 최근에는 영국의 스칼라 쉽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발전함에 따
라, 이제는 거의 대등한 위치에서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연에 있어서는 북미지역을 대표
하는 온타리오주 스트라트포드에서 매년 5월 초순부터 11월 초순까지 거의 6개월 동안 개최되는 '캐
나다 셰익스피어 페스티발'은 1953년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누적된 경험과 수준
높은 시설 및 풍부한 인적 자원, 그리고 효율적인 행정 등이 조화롭게 운영되어 이제는 자타가 공인
할 만큼 원숙한 경지에 이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 비평들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Gaines
321).
스트라트포드 페스티발, 캐나다의 예술감독, 리처드 모네트(Richard Monette) 는 20세기의 마지막
해이기도 하고, 또 21세기의 첫해이기도 한 2000년을 맞아 무엇인가 독특하고 기념비적인 공연을 관
객들에게 선보임으로써 세기의 전환에 걸 맞는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 2000년 시즌에 선별된 작품들
은 서양 연극의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작품들 중에서 엄선하여 결정하느라고 적지 않게 고심했음
(3)을 밝히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정된 작품들을 극장 별로 나열해 보면, 우선 1820석의 페스
티발 대 극장에서 올려지는 {햄릿}, {삼총사}, {지붕 위의 바이올린}, 그리고 {따르뛰프}, 그리고
1083석의 스완 중대형 극장에서 올려지는 {당신 좋으실 대로}, {안네 프랑크의 일기}, {진정하게 되
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음악회의 환자}, 그리고 410석의 톰 패터튼 소극장에서 올려지는 {타이투
스 앤드로니쿠스}, {메디아}, {엘리자베스 여왕}, {수집된 이야기들} 그리고 {기억 속의 오스카 와
일드} 등 모두 열두 편이다. 이 작품들은 세 극장의 각기 다른 무대에 올렸으며, 이 외에도 오스카
와일드 100주기를 기념하기 위하여 마련된 각종 이벤트들, 강연회 등을 부대 행사로 준비했다. 장르
별로는 개작된 희랍비극 1편, 셰익스피어 비극 2편, 희극 1편, 뮤지컬 1편, 몰리에르의 꼬메디 1편,
오스카 와일드의 코메디 1편 등 전통 고전극들과 {삼총사}, {안네 프랑크의 일기} 등 흥행 보장성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외에도 개작 및 창작극들이 4편이나 섞여 있어 눈길을 끈다.
본 논문에서는 2000년 시즌에 선정된 작품들 중에서 셰익스피어의 공연들을 그 연구의 대상으로 분
석하여, 세계화의 추세에 발맞추어 다문화주의적인 공연 문화를 이끌어 간다는 '캐나다 셰익스피어
페스티발'의 최근의 공연과 비평의 동향에 대해 고찰한다. 이를 위해 2000년 8월 29일의 {햄릿} 마
티네 공연과 {타이투스 앤드로니쿠스} 오후 8시 공연, 그리고 30일 마티네로 공연된 {당신 좋으실
대로} 등 8월말에 관람한 공연들을 분석의 대상으로 한다.
■{햄릿}
연출을 맡은 죠셉 지이글러(Joseph Ziegler)는 온타리오 스트라트포드 셰익스피어 페스티발에 합류
한지 6년 차로 정통 연출가 라기 보다는 배우 출신의 연출가로 더 유명하다. '소울페퍼 극
단'(Soulpepper Theatre Company at the Royal Alexandria)의 창단 멤버로 연극계에 입문하여 활
동을 시작한 그는 스트라트포드 셰익스피어 페스티발에 합류하면서, 지난 5년 동안 셰익스피어 작품
으로는 베로운({사랑의 헛수고}), 핫스퍼({헨리 4세} 제 1부), 포스츄머스({심벨린}), 오토리쿠스({겨
울 이야기}), 그리고 에드가({리어왕}) 등에 출연하여 열연했으며, 안톤 체홉의 {버찌 과수원}에서도
트로피모프 역을 맡아 열연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주요 경력을 살펴보면, '요새극장'(Citadel
Theatre)에서 공연했던 {햄릿}에도 출연했으며, 뉴욕의 '새 관객을 위한 극장'(Theatre for a New
Audience, New York)에서 공연한 {맥베드}에도 출연한 바 있다(Monette 22). 따라서 이번 {햄릿}
공연은 연출가로서는 그에게 처녀작인 셈이 되는 만큼, 공연 여기 저기에 기존의 공연들과 어느 정
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름대로의 세련된 공연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지
이글러가 연출한 {햄릿}은 400년 전통의 '유혈 복수' 비극적인 특징과 한 차원 끌어올린 멜로드라마
적인 요소들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관객들이 큰 부담 없이 흥미진진한 장면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Shand 6). 배우 출신 연출가의 손을 거치면서, 주인공 내면과 행동의 갈등
과 관련된 연기가 숨돌릴 틈 없는 극적 긴장을 극대화하여 전형적인 주인공 햄릿의 성격을 뛰어 넘
어 실존 인물의 심리적 내면을 드러내 놓은 듯하다.
크리스티나 포두부익 과감한 무대 디자인으로 이러한 연출의 개념은 시각적으로 잘 반영된 채 관객
들에게 전달된다. 덴마크의 엘시노어 성을 배경으로 바이킹 이전 시대의 전설을 극화한 셰익스피어
의 {햄릿}은 19세기 초 나폴레옹 시대 직후인 1815-1820 년대에 대입된다(Edmonds 3). 무대 후면
은 고딕 양식의 타워 8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 중 중앙의 2개 아치는 필요에 따라 이동 가능하며,
나머지 고정된 아치들 중에는 훼손된 채로 방치된 것들이 섞여있어서 황폐하고 삭막한 덴마크 궁정
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 아치 사이에 대형 태피스트리를 걸면 장면은 순식간에 거투르드의 침
실로 둔갑하기도 하고, 정교하게 제작된 육중한 철문을 걸면 한 순간에 무덤 장면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러한 포두부익의 무대 디자인은 단순한 듯 하면서도, 정교하게 제작되어 전반적으로 경직함
과 을씨년스러움을 효과적으로 만들어 주며, 전체적인 무대 형상은 대형 아치들에 압도되어 상대적
으로 무대 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왜소함이 극명하게 두드러지는 효과를 창출해 낸다. 주요 등장
인물들은 후기 나폴레옹 시대의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데, 남자들은 소매 끝이 너풀거리는 주름으로
장식된 셔츠에 조끼까지 갖춘 연미복 스타일의 정장에다 꽉 죄는 바지와 가죽 부츠를 신었다. 한편,
여자들은 부드럽고 우아한 전형적인 제국시대의 가운과 코트를 입고 등장하며 그에 어울리는 보네트
모자를 쓰기도 한다. 다만, 극중 극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꼭 끼는 가죽 조끼와 중세의 벨벳 가운 등
전형적인 15세기 고딕 스타일의 의상을 착용하여 주요 등장 인물들과 구별된다. 의상의 색조는 화려
하고 밝은 계통이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어둠침침하여 가라앉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첫 궁정 장면에서 모습을 드러낸 폴 그로스(Paul Gross)의 햄릿은 검은 상복차림으로 클로디우스의
대관식에 참석한 무대 위의 다른 등장 인물들과 대조를 이루며, 매끈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준수한
외모가 강조되어 다소 유약한 귀공자의 분위기를 풍긴다. '한 달도 못 되어 . . .'('within a month
. . .', I, 1, 145, 153)를 외쳐가며 전달하는 그의 첫 독백에서조차도 육중하게 내리 누르는 아치형의
대형 무대 장치가 압도하고 있는 무대 분위기에 맞서기에는 어딘지 역부족인 듯이 보인다. 오히려
클로디우스로 출연한 원로 배우 베네딕트 캠벨(Benedict Campbell)의 원숙한 연기와 유려하면서도
풍부한 성량으로 울려 퍼지는 대사들은 어두 침침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대 장치와 더
불어 이미 덴마크의 왕실의 질서와 정치의 절대 권력이 그의 수중에 장악된 듯한 인상을 준다. 뿐만
아니라, 그의 곁에는 폴로니우스로 분한 중견 배우 제리 프랑켄(Jerry Franken)의 큰 키와 넉넉한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능란한 연기가 뒷받침되어(Shand 6), 유약해 보이는 햄릿이 상대하기에는
힘겨운 듯이 보인다.
연애 편지를 증거로 햄릿이 미친 이유가 오필리어에 대한 상사병에 기인한다고 주장하는 장면에서
프랑켄의 폴로니우스는 거투르드 뒤에 서있는 클로디우스가 입고 있는 의상과 거의 같은 유형의 복
장으로 등장하는 데, 세로 줄 무늬의 연미복은 뚱뚱하게 튀어나온 복부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에 충
분하며, 적어도 복장만으로는 클로디우스와의 상하관계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다소 경망스럽
게 또는 우스꽝스럽게 장면을 끌고 갔던 기존의 폴로니우스들과는 달리 프랑켄의 폴로니우스는 약간
의 유머가 섞인 매우 설득력 있는 대사로 소화하여 전달해 냄으로써 이어지는 자신과 클로디우스와
의 햄릿 염탐 장면에 사실성을 더해준다. 캠벨의 클로디우스는 폴로니우스의 제안에 매우 차분하게
받아들이면서, 햄릿의 도전에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이성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미 덴마크의 새로운
정치 질서를 확고하게 구축한 그는 조카의 행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듯, 그의 손은 앉아
서 햄릿의 편지를 읽는 거투르드의 어깨를 쓰다듬으면서, 좌불안석으로 초조해 하는 그녀의 마음을
달랜다(Shand 7). 기도 장면에서도 그는 회개하는 태도 라기보다는 햄릿의 도전에 침착하게 대처하
려는 각오를 다진다.
미려한 외모에 유약한 모습으로 등장한 폴 그로스의 햄릿에 대한 관객들의 우려는 호레이쇼의 등장
과 더불어 전해들은 유령 이야기에 고무되면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어지는 장면부터는 매우 빨라
진 움직임으로 플롯을 매끈하게 전개해 나가기 시작한다. 극중 배우들의 도착 소식을 전해 듣고, 더
욱 의기가 충천한 햄릿은 연미복 재킷을 벗어 던진 채, 조끼 차림으로 등장하여, 배우들과 어우러져
연극에 몰두하는데, 그러한 그의 모습에는 조만간 펼쳐질 클로디우스와의 대결 구도에서도 팽팽한
극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연극의 재미를 배가해 줄만큼 자신만만한 의욕이 발견된다. 로잔크란츠와
길던스턴의 염탐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주변과 사람대하는 처세에 능란한 폴로니우스와의 대면
에서도 전혀 위축됨 없이, 그는 자신이 의도한 극중 극의 성공적인 상연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다. 심지어 대체로 헝클어진 복장으로 등장하여 울부짖는 듯한 대사로 오필리어와 격렬한 몸싸움을
기대하는 '수녀원' 장면에서도 그로스의 햄릿은 검정색 연미복 재킷까지 차려 입은 정장 차림으로
등장하여 몸싸움 대신, 그녀와 격론을 벌인다. 그러한 그로스의 햄릿에는 데렉 자코비가 보여준 다
소 신파조의 울부짖음도, 케네스 브라나가 오필리어의 얼굴에 침까지 뱉으면서 보여준 성적인 압도
감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고도로 절제된 이성적인 성격의 햄릿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Jackson 107). 한편, 마리온 데이가 열연한 오필리어는 눈부시게 새 하얀 원피스 드레스에 약
간의 장신구를 달고, 얄팍한 책 한 권과 작은 보석 상자를 들고 서 있다. 그녀가 햄릿에게 전하는
대사에는 청순 가련 형의 모습이라든가, 겉늙은 틴에이저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기 왕성한 소녀로 매사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 담겨 있는데, 다만 그녀는 햄릿과 클로디
우스, 그리고 폴로니우스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이러한 오필리어에게
퍼붇는 햄릿의 저주 섞인 대사들에 실린 감정적인 테러리즘은 클로디우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
에 충분하다.
육중한 쇠창살문으로 장식된 무덤 장면에서 햄릿은 말쑥한 검은색 롱코트에 윤이 반질반질한 부츠차
림으로 등장하여, 요리크의 해골을 들고 서서 명상에 잠긴다. 그의 옆에 서서 심정적으로 동감의 뜻
을 표하는 호레이쇼는 암갈색 롱코트 차림에 길게 늘어뜨린 털목도리를 두르고 등장하는 데, 복장만
으로는 19세기 초반이 라기보다는 20세기 초반에 더 가까운 듯 보여, 연극이 진행되면서, 연출의 의
도가 한 걸음 더 시간적으로 관객쪽으로 발전해 온 듯한 암시를 준다. 호레이쇼는 늘 햄릿 곁에 유
사한 복장으로 등장하여, 콘피단트로서의 역할을 시각적으로 강조해 주며, 이러한 모습은 앞에서 클
로디우스 곁에 항상 비슷한 복장으로 등장하는 폴로니우스의 역할과도 좋은 대조와 균형을 이룬다.
무덤지기 1로 분한 주안 치로안(Juan Chiroan)은 너풀거리는 베이지 색 계통의 셔츠와 허리 위에서
잘리는 짧은 조끼, 그리고 암갈색 톤의 헐렁한 무명바지 차림에 진한 밤색 투구형 가죽 모자를 착용
하고 등장하여 연방 싱글거리며 뼈 조각들을 집어 올린다. 이와 같은 그의 연기에는 관객들에게 낯
설지 않은 코믹 릴리프로서의 기능을 무난하게 수행함과 동시에, 무덤 앞에서 모든 인간은 시대의
고금을 막론하고 평등하며, 요리크의 해골을 매개로 하여, 말쑥하게 차려 입고 서서 명상하는 햄릿
이나, 그 옆에서 그를 지켜보는 호레이쇼나, 또 무덤 속에서 상반신만 땅위로 내민 채 너스레를 떨
던 무덤지기나 모두 동질의 운명을 공유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암시해 준다.
끝으로 레어티즈와의 펜싱 시합은, 햄릿이 주도했던 극중 극에 대한 반격으로 클로디우스가 주도한
하나의 검술 쇼로 좋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수준 높은 무술로 펜싱 시합의 사실성과 박진감을 그대
로 무대 위에 재현해 낸 무술 감독 죤 스티드(John Stead)는 클로디우스가 기획, 연출하고, 레어티
즈가 주연한 또 한편의 극중 극을 보여 주는 듯하다. 이러한 균형을 통해, {햄릿} 비극에 궁극적으
로는 진정한 승자도 또 진정한 패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강조됨으로써, 지이글러 연출의 현대
적인 감각이 드러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지이글러가 연출한 {햄릿}의 주인공에게서는 자코비식의
멜로드라마틱한 울부짖음과 분노도, 또 브라나식의 카리스마도 발견되지 않지만, 시종 말쑥한 차림으
로 품위와 우아함을 유지하면서 내면의 고뇌를 드러냄으로써 관객들의 감동을 잃지 않는 신세대의
감각에 어울릴만한 새로운 햄릿을 창출해 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 좋으실 대로}
{당신 좋으실 대로}는 낭만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양치기들의 목가적 삶과, 그들의 순박하고 단순하
면서도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전원 생활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목가적 낭만 희극의 대표작 중의 하
나이다. 이 작품의 주무대인 '아든' 숲은 젖과 꿀이 넘치는 지상 낙원도 아니고 추방 자들을 위한 환
상적인 유배지도 아니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희망 사항처럼, 늘 존재하는 '권선징악'과 사회 정의가
실현되는 지구상의 어느 곳이다. 이 곳에서는 형벌과 복수보다는 화해와 용서가, 각박하고 숨막히는
일상보다는 여유롭고 낭만적인 넉넉함이 전개됨으로써,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Dessen 215).
그러나 여기에도 제이크스가 전하는 '일곱 단계 인생관'에 잘 드러나 있듯이, 인간의 삶 자체가 허무
한 것이며, 사후에도 결국은 망각의 늪 속에 빠지게 된다는 염세주의적 정서가 아든 숲의 낭만적인
정서와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주고 있다.
1599년경에 집필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대본 형태로 전해 오다가, 1623년 출판된 셰익스피어
최초의 전집인 제 1 이절본에 수록된 것 이외에 어떠한 사절본이나 복사본이 존재하지 않는데, 이
작품을 공연했던 배우들이 당시의 높은 인기를 독점하려고 사절본 출판을 꺼려했다는 학자들의 주장
으로 미루어 보아 동시대 관객들의 호응이 상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 속에 삽입된 5편의 목가
적인 노래들도 이러한 높은 인기에 일조한 것으로 여겨진다(Edmonds 20). 뿐만 아니라, 여배우가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로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미소년이 여성 배역을 맡았던 당시의 무대 관행과
작품 속의 로잘린느가 또 다시 남장 여인인 개미니드로 변장을 하고 등장하여 심각한 삼각관계에
빠지게 되는 점등도 이 작품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로 여겨진다.
셰익스피어 사후에도 이 작품에 대한 인기는 지속된다. 1723년부터는 찰스 존슨이 변모한 왕정복고
시대 이후의 관객들의 기호에 영합해 숲 속에서의 사랑이라고 개작된 작품으로 인기 작품의 반열에
서 빠지지 않고 꾸준히 무대에 오른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1740년부터는 셰익스피어 원작으로 복원
되어 더욱 인기 있는 주요 레퍼토리가 되면서, 18세기 내내 가장 인기 있는 주요 작품 중 하나로
꼽히게 된다. 특히 1776년부터 1817년 사이에는 런던 시내에 위치한 '두루리 레인 극장'에서 가장
자주 공연된 작품으로 기록을 경신하는가 하면, 로살린느 배역은 모든 여배우들이 가장 맡고 싶은
선망의